고서적 보존의 기본: 적정 습도 유지가 곰팡이와 부패를 막는다
고서적 보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습도(humidity)**다. 종이는 습기에 매우 민감한 재질이며, 습도가 높아지면 곰팡이, 종이의 팽창, 인쇄 잉크 번짐, 제본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60% 이상의 상대습도가 지속되면 공기 중의 수분이 책 속으로 침투해 결로현상을 유발하고, 서서히 종이를 삭히는 원인이 된다. 반대로 습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종이가 바삭해지며 균열이나 부스러짐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는 오래된 고본의 보존에 이상적인 습도를 40%에서 50% 사이로 설정하고 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것을 권장하며 일반 가정에서는 제습기, 습도계, 실리카겔을 사용하여 상대 습도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개별 제습팩을 책장에 두거나 책과 벽 사이에 3~5cm의 간격을 만들어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환기가 나쁜 장소, 예를 들어 지하실이나 다락방은 피해야 하며, 습도 조절 전략은 계절 변화에 따라 조정할 필요하다. 이를 통해 책의 장기 보존이 보장된다.
종이의 생명을 지키는 온도 조절 전략: 여름과 겨울의 온도 격차에 주의하라
습도와 더불어 온도(temperature) 역시 고서적 보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고온 환경에서는 종이의 산화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책장이 누렇게 변색되거나 잉크가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25도 이상 고온이 장시간 지속되면 세균 번식, 제본 접착제의 변질, 표지의 변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극심한 저온 환경에서는 종이가 수축하고 딱딱해지며, 습도와 결합해 내부 균열이나 파손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고서 보관에 적정한 온도는 18~22도 사이로 권장된다. 단순히 에어컨이나 히터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 변화의 폭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갑작스러운 온도 상승이나 하강은 종이 내부 구조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보관 공간은 하루 중에도 큰 기온 차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기 인근, 여름철 직사광선이 드는 곳은 피하고, 도서 주변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빛은 고서의 적: 자외선과 조명의 영향, 그리고 차광 대책
고서적 보존에 있어 종종 간과되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바로 **빛(light)**이다. 일반 가정의 조명부터 태양광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광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의 색을 바래게 만들고, 인쇄된 글자나 삽화의 농도를 약화시킨다. 특히 자외선(UV)은 종이 섬유를 직접 파괴하며, 햇빛에 오래 노출된 책은 표지가 바래거나 종이질이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직사광선이 닿는 창가 주변은 책 보관 장소로 부적합하므로, 가급적 책장은 실내 깊숙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조명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공간이라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조명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일반 LED 전구라도 책 표면에 가까이 닿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고가의 고서적이나 귀중한 초판본의 경우, 차광 전용 박스나 자외선 차단 유리가 적용된 유리장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책장 전면에 얇은 커튼이나 UV 필름을 덧대는 것만으로도 광 손상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관리 습관은 책의 색상 변화와 구조적 손상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노출되는 빛의 양과 지속 시간이 장기 보존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실전 보존 전략: 재질별 보관법과 장기 수집을 위한 추가 팁
온도, 습도, 조명 등 기본적인 보관 환경을 적절히 마련했다면, 이제는 책의 소재와 제작 시기에 따라 맞춤형 보존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죽으로 제본된 책은 종이 재질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죽 전용 보습제나 중성 유지제를 부드럽게 도포해 주는 관리가 필요하다. 또, 19세기 이전 수공예 제본본은 외부 접촉을 줄이기 위해 부드러운 천이나 중성지로 감싸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한지로 만든 고서나 오래된 문서류의 경우, 산성을 띠지 않는 보존 전용 종이봉투나 무산성 보관 박스에 분리하여 보관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며, 장기적으로 상태 유지를 위한 핵심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책을 세워 보관할 경우에는 책 크기를 맞춰 세워야 하며, 크기 차이가 클 경우 무게 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등이 손상될 수 있다. 책장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10~15% 여유 공간을 두고 공기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장기 수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연 1~2회 정기적인 상태 점검과 함께 디지털 보존 기록도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이처럼 세부적인 관리가 쌓일수록 책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세대를 넘겨 전승될 문화 자산으로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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